- 저자
- 마이클 샌델
- 출판
- 와이즈베리
- 출판일
- 2012.04.24
시장은 과연 항상 옳을까? 모든 것을 사고파는 사회를 ‘마이클 샌델’과 함께 해부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는 〈정의는 무엇인가〉로 화제를 모았던 마이클 샌델이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시장지상주의의 맹점에 대하여 논의한 책이다. 이 책은 1998년 옥스퍼드대학교의 강의에서부터 시작하여 2012년 봄학기부터 ‘Market & Morals'라는 이름으로 하버드대학교 철학 강의로 개설되는 등 15년간 철저히 준비하고 고민하여 완성한 것으로, 시장지상주의의 한계를 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시장논리가 사회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하여 ’과연 시장은 언제나 옳은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며, 저자 특유의 문답식 토론과 도발적 문제제기, 치밀한 논리로 시장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철학논쟁을 펼친다.
-kyobo 제공,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책 소개 中-
읽은 기간: 2024.06.08 - 2024.07.06
이 글은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한 수필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며칠 전 영화 푯값을 내려야 한다는 최민식 배우님의 발언에 한 카이스트 교수님께서 이를 전면으로 반박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 교수님의 주장은, 푯값이 지나치게 비싸서 손님이 줄어 영화관의 운영이 어려워진다면 영화관이 자체적으로 푯값을 내릴 것이기에, 외부에서 가격을 함부로 결정할 수 없다는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논리를 따르고 있는 듯 보인다. 정리하면,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되는 지점에서 자연스레 결정된다는 논리로 요약된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논리를 실생활에서 직면하며 체득한다. 대개는 더 비싼 스마트폰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능이 뛰어나며, 다들 먹고 싶어 하던 허니버터칩의 가격은 원가의 몇 배로 뛰었었다. (지금은 어느 편의점이든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던 시절이 잠시 있었다.)
우리는 시장 논리를 기반으로 한 경제 체제에 살고 있다. 계급과 권력으로 자본을 분배하던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를 거쳐 경쟁을 통해 자본을 분배하는, 지금껏 인류가 발견한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자본 분배법이다. 분명 과거보다 더 나은 현재임에는 분명하지만, 오늘날의 체제에도 분명 개선점들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 속 모순을 발견하는 일은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모순점이 존재하니 정치, 경제 체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고픈 것이 아니라 이러한 모순점들이 개선되도록 우리의 체제를 점차 수정할 좋은 기회라고 말씀하셨던 한 교양 수업의 교수님이 떠오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시장 논리의 위험성을 지적하여 도덕의 범위를 생각하게끔 하는, 그렇게 정의의 영역을 확장하도록 돕는 비판서가 아닐까 한다.
샌델 교수는 기존에는 경제적인 영역에서만 머물던 시장 논리가 이제는 너무나 보편화되어 더는 침범해서는 안 될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침범이 도덕의 성격까지 함께 변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한다. 몇 가지 예시를 책에서 발췌해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첫 번째 예시는 ‘새치기’에 관한 것이다. 다수가 같은 재화를 원한다면 줄을 서서 기다린 뒤 그 순서대로 재화를 나누는 것이 전통적인 문화였다. 그러나 여기에 시장 논리가 개입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그 재화의 도덕적 의미까지 퇴색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대학 병원의 진료 대기가 무척 밀려있어 예약하면 몇 달 뒤가 되어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진료 예약권 암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돈을 더 주고 덜 기다리고 진료를 보는 방식이다. 시장 논리에 따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부유한 사람이 돈을 더 내고 바로 진료를 보는 것이 병원으로서는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병원 측은 이 큰 수익을 통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니 모두에게 윈윈이라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료를 기다리는 몇 개월 사이에 상태가 위독해질 수 있음을 고려하면, 위 상황은 소득에 따라 의료권을 차별받는 상황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치료받을 권리인 의료권이 기본권 중 하나로 공공연하게 자리를 잡은 오늘날에, 진료 예약권 암거래는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 역시도 가능할 것이다. 그 밖에도 차가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교통비를 더 지불하면 교통체증이 덜한 차로로 운전하도록 허락해주는 일명 ‘렉서스 차로’, 수요가 많은 대학 병원을 피해 더 큰 비용을 지불하고 전담 병원에서 관리를 받는 ‘전담 의사 제도’ 등이 있었다.
줄서기를 비롯해 재화를 분배하는 기타 비시장적 방식이 시장 논리로 대체되는 경향은 현대 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그러한 현상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두 번째 예시는 ‘인센티브’라 이름 붙였다. 어떤 행위에 경제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일이 그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명문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업을 장려하기 위해 성적이 높은 학생 혹은 다독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이는 자칫하면 공부와 독서의 의미를 변질시킬 수 있다. 금전적인 보상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도 있을 수 있을뿐더러 공부의 목적을 학생 스스로 고민해볼 기회를 제한시킬 수도 있다. 또한, 이스라엘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학부모들의 퇴근이 늦어져 자녀들을 데리러 오는데 지각하는 경우가 자꾸만 잦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 어린이집에서는 학부모들이 지각하는 경우에 벌금을 물도록 했는데, 오히려 학부모들이 더 자주 지각하게 되었고, 지각 후 미안해하는 태도도 줄었다고 한다. 이 사례는 벌금과 요금의 경계가 모호해진 경우라고 샌델은 지적한다. 어린이집에서는 그 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부과한 벌금이었지만, 학부모들은 지각을 정당화하는 요금으로 여겼던 것이다.
위 두 예시를 넘어, 더욱 직관적으로 도덕에 침범한 사례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인의 결혼을 축하하고 응원하는 자리인 축사에서, 축사의 대본을 판매하는 서비스가 등장하였고, 누군가에게 사과해야 할 때 전문가가 대필해주는 대리 사과 서비스도 등장하였다. 진심으로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글 주변이 없어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수도 있지만, 샌델은 그 반대의 경우를 경계한다. 축하, 사과, 칭찬, 고백 등등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까지 시장의 논리가 개입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선물교환은 물물교환에 가까웠다면 오늘날에는 상품권 교환이 활성화되는 ‘선물의 현금화’ 현상이나, 장기매매 역시 도덕과 시장 논리의 경계를 고민해보기 좋은 주제들이다.
이처럼 돈으로 사야 하는 것과 사지 말아야 하는 것 사이의 구분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예시를 살펴보면 명쾌히 설명하긴 힘들지만 왜인지 모르게 양심의 가책이나 불편함이 느껴지는 사례들이 종종 있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하는 것들 말이다. 이러한 불편함은 자연스레 시장 논리에 대한 반박으로 이어진다. 샌델은 반박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고 보았다. 첫째는 공정성에 대한 반박이다. 시장 논리는 자유에 기반한다. 각자의 욕구에 따라 가격이 합당하다고 느끼면 기꺼이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고, 그 가치에 비해 값어치가 비싸다면 사지 않을 자유가 보장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가 진정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본인의 장기를 매매한다면 이것 역시 본인의 자유일까? 실은 사회적 환경과 본인의 처지가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절박할 정도로 가난하거나 공정한 조건으로 거래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시장 선택은 자유롭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 다른 방식의 반박은 부패에 대한 반박이다. 특정 재화를 시장 논리로 교환함으로써 그 재화의 성격 자체가 부정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시장 논리에 의해 장기매매를 정당화한다면 장기는 인간 고유의 귀중한 대상이었지만 이젠 그저 사고파는 상품 중 하나로 변질될 수 있다. 이처럼 시장 논리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 대상과 사회 규범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부패에 관한 반박은 다르다. 이는 시장의 가치평가와 교환이 특정 재화와 관행을 변질시킨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반박에 따르면 특정 도덕적, 시민적 재화는 사고파는 경우에 가치가 감소하거나 변질된다.
시장은 특정 가치를 구현한다. 또한 때때로 시장가치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비시장 규범을 밀어낸다.
‘이것이 돈이 된다!’라고 하면 유독 눈에 불을 켜고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적자인 서울지하철은 역 이름을 팔고 있고 야구장에는 VIP 전용 좌석인 스카이박스가 생겼다. 우리 집 근처의 지하철역은 이젠 어느 기업의 이름으로 불리고, 계층과 관계없이 모두가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향하던 야구장은 이젠 누군가는 플라스틱 의자에, 누군가는 꼭대기의 유리창 속에서 완전히 구분된 채 관람한다. 왠지 모를 순수함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시장 논리에만 의존하다 보면 장기매매자는 경쟁에서 도태된, 자기 계발을 게을리한 실패자일 뿐이고, 지하철역 이름에서 과거의 체취를 찾는 일은 낭만에 취해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이상주의자일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시장주의가 시장지상주의가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명쾌히 설명한 책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 깊이 드리워진 그림자는 경제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정치의 참 의미를 망각한 채, 국가의 부를 좀 더 늘이면 시민들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정치가들의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더 나아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조차 돌아보지 못한 채 좀 더 부자로 살아보려는 그릇된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우리 자신의 탓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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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기를 비롯해 재화를 분배하는 기타 비시장적 방식이 시장 논리로 대체되는 경향은 현대 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그러한 현상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67p)
시장 거래는 어떤 조건에서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며, 어떤 조건에서 강압적으로 이루어지는가? (74p)
우리는 늘 그렇듯이 도덕적 논리가 없이는 시장논리도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19p)
시장은 삶의 비경제적 영역으로 팽창할수록 도덕적 문제와 더욱 얽히기 마련이다. (128p)
스스로 가치중립적이라고 주장하는 시장논리가 어떻게 특정 도덕적 판단에 스며들어갔는지 파악할 수 있다. (147p)
하지만 부패에 관한 반박은 다르다. 이는 시장의 가치평가와 교환이 특정 재화와 관행을 변질시킨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반박에 따르면 특정 도덕적, 시민적 재화는 사고파는 경우에 가치가 감소하거나 변질된다. (157p)
사람들이 절박할 정도로 가난하거나 공정한 조건으로 거래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시장 선택은 자유롭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158p)
시장은 특정 가치를 구현한다. 또한 때때로 시장가치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비시장 규범을 밀어낸다. (159p)
공공정신이 우세한 곳에서, 사회적으로는 바람직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원하지 않는 시설을 건립하는 데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재정적 인센티브를 사용하는 방법은 일반 경제이론에서 제안하는 것보다 높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러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시민의 의무의식이 밀려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163p)
첫째, 강압과 불공정을 이유로 들어 반박하는 입장에서는 선택의 자유라는 원칙은 인정하지만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모든 경우가 진정한 의미에서 자발적인지 의구심을 던진다. 강압을 이유로 들어 반박하는 입장은 자유로운 시장 중심 관계는 재화를 사고파는 배경 조건이 공정하고 누구도 다급한 경제적 필요로 인해 강압을 당하지 않을 때에만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255p)
하지만 어느 쪽 입장에 서더라도 시장 중심 사고와 시장 중심 관계가 모든 인간 활동을 침해하는 세상이 대체 왜 문제인지 알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려면 부패와 타락이라는 도덕적 어휘가 필요하다. 그러고 부패와 타락을 언급하려면 최소한 마음속으로라도 '좋은 삶(good life)'이라는 관념에 호소해야 한다. (255p)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요점은 시장과 상업이 재화의 성질을 바꾸는 상황을 목격했다면 시장에 속한 영역은 무엇이고 시장에 속하지 않을 영역은 무엇인지 의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화의 의미와 목적, 재화를 지배해야 하는 가치를 놓고 깊이 사고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그러다 보면 불가피하게 좋은 삶에 상충되는 개념에 관해 깊이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는 우리가 가끔은 발을 들여놓기를 두려워하는 영역이다. 우리는 반대에 부딪힐까봐 두려워서 자신의 도덕적, 정신적 확신을 공공의 장에 내보이기를 주저한다. (274p)
따라서 결국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 시민적 재화는 존재하는가? (276p)
샌델은 자유주의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동의하지만 자유주의자들, 특히 롤스가 말하는 가치 추구 방식에는 의문을 갖는다. (중략) 샌델은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에 있고 어떤 존재인가에 따라 공정성의 원칙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묻는다. 이처럼 개인의 처지와 상대와의 관계,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가치 있게 여겨온 원칙들, 종교적 신념에 따른 가치 등에 비추어 공정성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면 우리는 단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원리에 따라 공정성이 실현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더 이상 견지할 수 없게 된다. 나아가 공정성을 실현하려면 적절한 방식으로 개인과 공동체가 추구해온 가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샌델의 입장을 한마디로 '옳음에 대한 좋음의 우선성(the priority of the good over the right)'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정의를 지향하는 옳음의 관점을 무시하고 좋음의 관점에서만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옳음의 이념을 완성하려면 좋음의 관점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의를 추구할 때 행복을 도외시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도 품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말로 옮겨질 수 있을 것이다. (322p)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 깊이 드리워진 그림자는 경제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정치의 참 의미를 망각한 채, 국가의 부를 좀 더 늘이면 시민들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정치가들의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더 나아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조차 돌아보지 못한 채 좀 더 부자로 살아보려는 그릇된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우리 자신의 탓도 크다. (3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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