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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의 여행/800 : 문학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알랭 드 보통) : 결혼은 격정을 초월한 영원의 서약

by 평범한 과학도 2024. 8. 13.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이 《키스 앤 텔》이후 21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소설과 에세이가 절묘하게 만난 이 소설은 결혼한 한 커플의 삶을 통해 일상의 범주에 들어온 사랑에 대해 통찰한다. 영원을 약속한 그 후, 낭만주의에서 현실주의로의 이행을 특유의 지적 위트와 섬세한 통찰력으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평생을 함께할 확신이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도 어째서 우리의 사랑에는 위기가 빈번하고, 더 크게 파멸을 맞기도 하는 걸까. 저자는 이 작품에서 사랑은 열렬한 감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말로 응축된 유연한 사랑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의 생활을 따라가며 점차 섹스의 스릴을 잃고, 함께하는 기쁨이 혼자일 필요성에 자리를 빼앗기고, 육아에 시달리고, 외도의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 등 자신의 사랑에도 찾아올 수 있는 균열의 순간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케아에 컵을 사러 갔다가 의견 충돌로 빈손으로 돌아오며 ‘이걸 어떻게 평생 견디고 살지?’라고 맨 처음으로 함께하는 삶에 의문을 던진 두 사람의 결혼의 전 과정을 예행하듯 일상의 면면들에 주목하고, 그 안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사랑의 담론들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단순히 몇 달, 몇 년이 아닌 수십 년에 걸쳐 사랑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저자는 그런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랑과 결혼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며, 그러한 통념으로부터 벗어날 때 비관적인 미래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저자
알랭 드 보통
출판
은행나무
출판일
2016.08.25

 

사랑이 이루어지고 나면 연인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이 《키스 앤 텔》이후 21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소설과 에세이가 절묘하게 만난 이 소설은 결혼한 한 커플의 삶을 통해 일상의 범주에 들어온 사랑에 대해 통찰한다. 영원을 약속한 그 후, 낭만주의에서 현실주의로의 이행을 특유의 지적 위트와 섬세한 통찰력으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평생을 함께할 확신이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도 어째서 우리의 사랑에는 위기가 빈번하고, 더 크게 파멸을 맞기도 하는 걸까. 저자는 이 작품에서 사랑은 열렬한 감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말로 응축된 유연한 사랑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의 생활을 따라가며 점차 섹스의 스릴을 잃고, 함께하는 기쁨이 혼자일 필요성에 자리를 빼앗기고, 육아에 시달리고, 외도의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 등 자신의 사랑에도 찾아올 수 있는 균열의 순간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케아에 컵을 사러 갔다가 의견 충돌로 빈손으로 돌아오며 ‘이걸 어떻게 평생 견디고 살지?’라고 맨 처음으로 함께하는 삶에 의문을 던진 두 사람의 결혼의 전 과정을 예행하듯 일상의 면면들에 주목하고, 그 안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사랑의 담론들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단순히 몇 달, 몇 년이 아닌 수십 년에 걸쳐 사랑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저자는 그런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랑과 결혼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며, 그러한 통념으로부터 벗어날 때 비관적인 미래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kyobo 제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책 소개 中-

 

읽은 기간: 2024.04.24 - 2024.06.02

이 글은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한 수필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을 떠올리기만 해도 밤잠을 설치고, 그 사람과의 모든 우연이 마치 운명이었다는 양 여기고, 대부분의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치환한다. 초기의 사랑이 얼마나 낭만적인지는 거의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그다음에 찾아온다. 별일 아닌데도 다투는 횟수가 잦아지고, 설렘은 좀처럼 느끼기 힘든 고귀한 감정이 되고 그 빈자리는 권태로움이 차지한다. 대부분의 로맨스 영화는 사랑의 발단 혹은 격정까지만 우리를 안내하고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줄거리는 일일연속극에서나 다룬다. 이 책 역시 그런 일일연속극처럼 격동의 감정 이후에 찾아오는 잔잔한 고요함, 일부는 지루하다며 싫증을 낼 법한 그런 고요함을 다루는 책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사랑의 본질에 더 가까울 수 있음을 내포한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결혼을 감정적으로 그리고 마냥 낭만적으로만 대했었다. 너무나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평생을 의지하고 함께 하고픈 마음은 자연스레 생기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결혼 역시 자연스레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결혼을 사랑의 자연스러운 결말로 여겼었다. 하지만 반드시 사랑과 결혼을 연관 지을 이유가 있을까? 되려 이러한 관점은 시대 문화적 고정관념의 일부인 것은 아닐까?

 

사랑은 ‘감정’에 가깝다면 결혼은 ‘사회제도’에 가깝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내가 느낀 감정에 그치지만 누군가와의 결혼은 행정적인 절차를 거친 사회적인 약속이다. 여기서 간극이 발생한다. 더는 전처럼 쉽사리 들뜨고 설레지 않더라도, 냉정히 말해서 사랑의 감정이 무디게 느껴지더라도 평범한 연인이라면 헤어지면 그만일 수 있겠지만 결혼한 부부가 헤어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결혼은 감정에 솔직히 대처하기 껄끄럽게 만드는 제약일 수도 있겠다.

 

 

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결혼: 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대단히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

 

 

어째서 우리의 마음은 예전 같지 않은 걸까. 왜 괜히 권태라는 것이 찾아와서 나를 난감하게 만드는 걸까. 과거엔 매력으로 비췄던 것들에 이젠 눈을 부릅뜨고 흠집을 찾아 나서는 이유가 무엇일까. 마치 감별사라도 된 양.

 

한때 그가 낭만이라 보았던 것-무언의 직관, 순간적인 갈망, 영혼의 짝에 대한 믿음-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배워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사랑의 열병은 망상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목을 가누는 방식은 실제로 그 사람이 자신 있고, 심술 궂고, 예민하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다. 누군가는 그의 눈이 암시하는 유머와 지성, 그의 입이 넌지시 말하는 상냥함을 실제로 지니고 있을 수 있다. 열병의 오류는 좀 더 교묘한 문제다. 우리가 다양한 단점을 꿰뚫고 있는 현재의 파트너뿐 아니라 사람은 누구에게나 우리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때 드러날 상당히 심각한 결점, 황홀했던 처음의 감정을 비웃음거리로 만들 만한 결점도 있다는 인간 본성의 중요한 진리를 잊게 하는 것이다. 우리 눈에 정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아직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뿐이다. 사랑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연인이 ‘완벽하다’는 선언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징표에 불과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상당히 실망시켰을 때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정착을 하기 전에 몇 명의 애인을 사귀어보는 것도 이 깨달음을 깊이 새기는 데 도움이 된다. ‘제짝’을 만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사람은 없으며, 가까이서 보면 사실은 모든 사람이 조금씩 잘못되었다는 진실을 직접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서 발견할 기회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권태가 곧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시작점이라고, 콩깍지가 벗겨지는 순간부터 사랑의 본질에 가까워진다고 작가는 말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다시 본 영화에서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을 온전히 느끼기란 쉽지 않다. 타인을 처음 접했을 때의 들뜸과 설렘을 온전히 유지한 채 그 관계를 이어나가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히려, 완벽해 보였던 타인에게서 허점이 발견되는 그 순간이 장막이 걷히고 무대를 온전히 직면하게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은 대개 실망감만 안길 뿐이다. 내가 꿈꿔왔고 상상해온 무대와는 다른 모습이니까. 생각해보면 무대는 원래 그 모습이었을 수 있다.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장막들도 무대를 꽁꽁 가린다. 충동적인 감정의 격양과 흥분이 만들어낸 장막들이다.

 

 

따라서 결혼할 사람을 선택하기란 감정의 존재 법칙을 우회할 방법을 찾았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고통을 흔쾌히 견딜지 결정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째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하는 걸까. 결국 충분한 시간이 흘러 장막이 걷히면 권태가 찾아올 텐데, 그래서 어떤 종류든 고통이 따를 텐데 어째서 우리는 스스로 어떤 고통을 겪을지 직접 선택하는 것일까. 사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는 존재인 것이 아닐까. 단순히 원초적인 욕구를 넘어, 서로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와 평생을 마주하고 기대어 살아가야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진 않을까. 그래서 여전히 많은 이들이 결혼하는 것을 아닐까. 그렇다면 결혼은 사랑이 피어오를 때의 순간의 격정을 초월한, 평생의 서약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스친다.

 

이 책은 영화 ‘이터널 선샤인’ 그리고 에리히 프롬의 책 ‘사랑의 기술’이 떠오르는 책이었습니다. 함께 감상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글 또한 지식재산권을 가지는 지적 창작물입니다. 배포, 전송 시에는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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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그가 낭만이라 보았던 것-무언의 직관, 순간적인 갈망, 영혼의 짝에 대한 믿음-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배워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16p)

사랑이란 우리의 약점과 불균형을 바로잡아줄 것 같은 연인의 자질들에 대한 감탄을 의미한다. 사랑은 완벽을 추구한다. (30p)

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65p)

토라짐의 핵심에는 강렬한 분노와 분노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려는 똑같이 강렬한 욕구가 혼재해 있다. 토라진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강하게 원하면서도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설명을 해야 할 필요 자체가 모욕의 핵심이다. (중략) 토라진 사람은 우리가 그들이 입 밖에 내지 않은 상처를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이다. 토라짐은 사랑의 기묘한 선물 중 하나다. (87p)

평범해 보이는 상황이나 말에 상대방이 약간 부당한 듯한 반응을 보인다. 온갖 짜증과 불안, 성마름, 냉랭함, 공황, 비난 등이다. 당하는 사람은 당황한다. 따지고 보면 애정 어린 작별 인사를 요구하거나 싱크대에 설거짓거리 한두 개를 남겨두거나 상대방을 이용해 가벼운 농담을 하거나 겨우 몇 분 지체했을 뿐이다. (중략) 현재 시나리오의 일부는 다른 원천으로부터 동력을 얻은 듯하고, 특정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오래전에 형성된 행동양식이 잠재의식 속에서 다시 떠올라 본인도 모르게 나타나는 듯하다. 심리학 용어로 말하자면, 과민 반응을 하는 사람은 과거의 감정을 현재의 누군가-전혀 당해 마땅하지 않은 사람-에게 ‘전이’시키는 것이다. (중략) 곁에 있는 연인에게 더욱 안 좋은 소식은 한창 전이에 빠진 사람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차분히 설명하는 것은 고사하고 쉽게 깨닫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반응이 상황에 완전히 적절하다고 느낄 뿐이다. 반면에 그들의 파트너는 상당히 다르고 별로 기분 좋지 않은 결론, 상대가 유난히 이상하고 어쩌면 약간 미쳤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가 있다. (110p)

우리가 불만 목록을 노출할 수 있는 사람, 인생의 불의와 결함에 대해 누적된 모든 분노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중략) 우리는 정말로 책임이 있는 권력자에게 소리를 내지를 수가 없기에 우리가 비난을 해도 가장 너그럽게 보아주리라 확신하는 사람에게 화를 낸다. 주변에 있는 가장 다정하고, 가장 동정 어리고,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 즉 우리를 해칠 가능성이 가장 적으면서도 우리가 마구 소리를 치는 동안에도 우리 곁에 머물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에게 불만을 쏟아놓는 것이다. (123p)

사랑하는 사람을 ‘가르친다’는 개념은 건방지고 부적합하고 몹시 해롭게 느껴진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또는 그녀가 변화하기 바란다는 말은 꺼낼 수 없다. 낭만주의는 이 점을 분명히 한다. 진실한 사랑은 파트너의 존재를 온전히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애롭고자 하는 이러한 헌신이 있기에 사랑의 처음 몇 달은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갓 시작한 관계 안에서 우리의 취약성은 관대하게 다뤄진다. 수줍음, 서투름, 혼란은 빈정거림이나 불평을 낳기보다는 (우리가 어렸을 때 그랬듯이) 애정을 불러일으키고, 우리의 까다로운 면들도 오로지 측은지심이란 필터를 통해 해석된다. 이런 순간들로부터 아름답지만 험난하고 무모하기까지 한 신념이 발생한다. 올바른 사랑은 나의 모든 면을 승인한다고 말이다. (132p)

이 고대 그리스의 렌즈를 통해 본다면 연인이 상대방의 성격으로 인해 불행하거나 불편한 점을 지적해도 그가 사랑의 정신을 포기했다고 여겨서는 안된다. 오히려 파트너의 자아를 더 발전시키려는, 사랑의 본질에 아주 충실한 일을 하려 했다고 축하받아야 한다. (중략) 신뢰하고 협력하는 분위기에서는 두 프로젝트-가르치기와 배우기, 상대방의 결점을 환기하고 상대방의 비판을 허용하기-가 결국 사랑의 참된 목적에 충실하다는 점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138p)

부모가 아무리 겸손하게 부인하고 남들 앞에서 자신의 야망을 아무리 낮춰 말해도 아이가 생기면–적어도 처음에는-완벽함을 맹렬히 추구한다. 그저 또 하나의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완벽함의 특별한 표본을 창조하려 하는 것이다. 평범함은 통계상 정상임에도 결코 최초의 목표가 되지 못한다. 그 결과 아이를 어른으로 키우는 데 너무 막대한 희생을 치른다. (172p)

사랑의 열병은 망상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목을 가누는 방식은 실제로 그 사람이 자신 있고, 심술 궂고, 예민하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다. 누군가는 그의 눈이 암시하는 유머와 지성, 그의 입이 넌지시 말하는 상냥함을 실제로 지니고 있을 수 있다. 열병의 오류는 좀 더 교묘한 문제다. 우리가 다양한 단점을 꿰뚫고 있는 현재의 파트너뿐 아니라 사람은 누구에게나 우리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때 드러날 상당히 심각한 결점, 황홀했던 처음의 감정을 비웃음거리로 만들 만한 결점도 있다는 인간 본성의 중요한 진리를 잊게 하는 것이다. 우리 눈에 정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아직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뿐이다. 사랑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236p)

결혼: 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대단히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 (237p)

어떤 관계도 온 마음을 다해 친밀하고자 하는 헌신 없이는 첫걸음을 떼지 못한다. 그러나 사랑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파트너가 여전히 수많은 생각들을 혼자 간직해서는 안 된다고 여기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정직성에 너무 감명하는 탓에 정중함의 미덕들을 망각한다. 아끼는 사람이 우리의 본성에서 상처를 줄 수 있는 면과 항상 전면적으로 마주치지는 않게 하려는 욕구 말이다. 어느 정도 자제하고 자기 편집에 조금 열성을 보이는 억제 능력은 솔직한 고백 능력 못지않게 당연히 사랑에 포함된다. 스스로 비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 ‘정직함’을 내세워 상대방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상처가 되는 정보까지 털어놓는 사람은 절대 사랑의 편이 아니다. 또한 파트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한 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간밤에 어디에 있었는지 등등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는 의심이 들어도 (우리의 관계가 훌륭하다면 주기적으로 그럴 것이다.) 날카롭고 무자비한 심문자처럼 굴지 않는 편이 좋다. 그저 눈치채지 못한 척하는 편이 더 친절하고 더 현명하고 사랑의 참된 정신에 더 가까울 수 있다. (242p)
불행히, 거의 비극에 가깝게도 자신의 취약성에 대처하는 그의 방식이 그 취약점을 완전히 가려버리고 간절히 위로를 구하고 싶은 상대를 멀어지게 하는 형태를 띠는 것이다. (256p)

연인이 ‘완벽하다’는 선언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징표에 불과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상당히 실망시켰을 때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278p)

따라서 결혼할 사람을 선택하기란 감정의 존재 법칙을 우회할 방법을 찾았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고통을 흔쾌히 견딜지 결정하는 일이다. (279p)

정착을 하기 전에 몇 명의 애인을 사귀어보는 것도 이 깨달음을 깊이 새기는 데 도움이 된다. ‘제짝’을 만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사람은 없으며, 가까이서 보면 사실은 모든 사람이 조금씩 잘못되었다는 진실을 직접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서 발견할 기회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2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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