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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의 여행/800 : 문학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무라카미 하루키) : 가슴 뛰는 일

by 평범한 과학도 2024. 1. 13.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키스트’라는 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은 평론가들의 혹독한 평가를 받는다. ‘사회적으로 무책임’, ‘제국주의적’등 강도 높은 비난 속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해왔던 그가 1979년 등단 이후 최초로 자신의 작가론적, 문단론적, 문예론적 견해를 풀어놓은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출간했다. 이따금 인터뷰나 에세이를 통해 언급했던 글쓰기와 그 현장을 비롯하여, 이를 뒷받침하는 문학을 향한 하루키의 생각을 한 권으로 정리했다. 1979년 등단 이후 최초로 자신의 글쓰기 현장과 이를 지탱하는 문학을 향한, 세계를 향한 생각을 본격적으로 펼쳐낸 이 책은 ‘무슨 이유로 언제부터 일본을 떠나 어떤 시행착오와 악전고투를 거치면서 세계로 향하는 길을 걸었나’, ‘학교교육과 3·11을 통해서 보는 일본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애초에 왜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선택하여 오랜 세월 동안 쇠하지 않는 창조력으로 끊임없이 쓰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그만의 성실하고도 강력한 대답이 담겨있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현대문학
출판일
2016.04.25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키스트’라는 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은 평론가들의 혹독한 평가를 받는다. ‘사회적으로 무책임’, ‘제국주의적’등 강도 높은 비난 속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해왔던 그가 1979년 등단 이후 최초로 자신의 작가론적, 문단론적, 문예론적 견해를 풀어놓은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출간했다. 이따금 인터뷰나 에세이를 통해 언급했던 글쓰기와 그 현장을 비롯하여, 이를 뒷받침하는 문학을 향한 하루키의 생각을 한 권으로 정리했다.

1979년 등단 이후 최초로 자신의 글쓰기 현장과 이를 지탱하는 문학을 향한, 세계를 향한 생각을 본격적으로 펼쳐낸 이 책은 ‘무슨 이유로 언제부터 일본을 떠나 어떤 시행착오와 악전고투를 거치면서 세계로 향하는 길을 걸었나’, ‘학교교육과 3·11을 통해서 보는 일본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애초에 왜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선택하여 오랜 세월 동안 쇠하지 않는 창조력으로 끊임없이 쓰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그만의 성실하고도 강력한 대답이 담겨있다.

-kyobo 제공,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책 소개 中-

 
읽은 기간: 2023.12.13 - 2024.01.06
이 글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한 수필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작가가 한 평생 이어온 업을 남들 앞에서 소개하는 책이다. 소설가로서 짧지 않은 세월을 보내며 쌓아온 나름의 통찰을 독자들에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한 분야의 정점을 찍은 사람들은 늘 그렇듯, 그들의 통찰들은 분야에 관계없이 통용되기에 책 속의 이야기들 역시 교훈적이고 때로는 존경스럽기까지 했었다.
 
처음 이 책을 돌아보았을 때는 나 역시 어느 분야의 정점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소설가 하루키처럼 나도 내 분야에 정점에 서서 나름의 식견을 쌓고 싶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내 나름의 틀을 갖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식견이 가볍고 얕지 않아서 여러 분야를 어우를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글을 쓰기 전 책을 돌아보니 이는 실은 후순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점에 서고 말고가 뭐 그리 중요할까. 오히려 어느 분야에 평생을 바칠 것인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설레는 일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전엔 설렜던 일들도 요즘은 그만큼 설레진 않고, 열정이나 야망을 많이 잃어버린 듯하다. 그래서 '정점에 선 소설가 하루키' 보다, '하고픈 일을 찾아 즐겁게 글을 쓰는 작가 하루키'가 부러웠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인지 이제야 실감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듯, 나를 아는 일은 쉽지 않다. 하루키의 말처럼 여러 구두에 발을 쑤셔 넣어보고 나서야 이 구두가 내 발에 맞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구두를 신어보고 충분히 걸어보고 때론 뛰어도 보며 그 구두에 몰두해보는 일 역시 중요하다. 충분히 경험해보지 않으면 내게 맞는 구두도 놓칠 수 있다. 역시 결론은 동일하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자. 오늘을 허투루 보내지 말자.
 
※ 글 또한 지식재산권을 가지는 지적 창작물입니다. 배포, 전송 시에는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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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정원은 한정이 없지만 서점의 공간은 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19p)

하지만 소설가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바로 그런 불필요한 면, 멀리 에둘러 가는 점에 진실, 진리가 잔뜩 잠재되어 있다, 라는 것입니다. (24p)

자, 그런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그걸 분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답은 단 한 가지, 실제로 물에 뛰어들어 과연 떠오르는지 가라앉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난폭한 말이지만, 인생이란 원래 그런 식으로 생겨먹은 모양이에요. (29p)

도무지 진득하게 자리를 잡을 수가 없었어요. (43p)

솔직히 말해서, 뭔가 써내는 것을 고통이라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소설이 안 써져서 고생했다는 경험도 (감사하게도) 없습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내 생각에는, 만일 즐겁지 않다면 애초에 소설을 쓰는 의미 따위는 없습니다. 고역으로서 소설을 쓴다는 사고방식에 나는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57p)

하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혹은 태도로서 표명하고자 했던 것은 아마도 '참된 작가에게는 문학상 따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주 많다'라는 것이겠지요. 그 하나는, 자신이 의미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실감이고, 또 하나는 그 의미를 정당하게 평가해주는 독자가-그 수의 많고 적음은 제쳐두고-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실감입니다. (72p)

자신만의 오리지널 문체나 화법을 발견하는 데는 우선 출발점으로서 '나에게 무엇을 플러스해간다'는 것보다 오히려 '나에게서 무언가를 마이너스 해간다'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105p)

그러면 무엇이 꼭 필요하고 무엇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지, 혹은 전혀 불필요한지를 어떻게 판별해나가면 되는가.
이것도 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말하자면, 매우 단순한 얘기지만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즐거운가'라는 것이 한 가지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뭔가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행위에 몰두하고 있는데 만일 거기서 자연 발생적인 즐거움이나 기쁨을 찾아낼 수 없다면, 그걸 하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뭔가 잘못된 것이나 조화롭지 못한 것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때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즐거움을 방해하는 쓸데없는 부품, 부자연스러운 요소를 깨끗이 몰아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106p)

만일 당신이 뭔가 자유롭게 표현하기를 원한다면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것보다 오히려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원래 어떤 것인가'를, 그런 본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문제를 정면에서 곧이곧대로 파고들면 얘기는 불가피하게 무거워집니다. (110p)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의 많은 일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쩌다 보니 일이 그렇게 흘러가버렸다'라는 면이 있습니다. (118p)

제임스 조이스는 '상상력이란 기억이다'라고 실로 간결하게 정의했습니다. (125p)

왜냐하면 장기적인 일을 할 때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150p)

'해야 할 일은 똑 부러지게 했다'는 확실한 실감만 있으면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두려워할 게 없습니다. 그다음은 시간의 손에 맡기면 됩니다. 시간을 소중하게, 신중하게, 예의 바르게 대하는 것은 곧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성을 대할 때와 똑같은 일이지요. (167p)

'만일 그가 써낸 이야기가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었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소설 따위를 쓰는가. 결국 우리가 무덤까지 가져갈 것은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 힘껏 일했다는 노동의 증거, 그것뿐이다.' (168p, 레이먼드 카버의 「글쓰기에 대하여」 중)

그러면 지속력이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은 단 한 가지, 아주 심플합니다.-기초 체력이 몸에 배도록 할 것. 다부지고, 끈질긴, 피지컬한 힘을 획득할 것. 자신의 몸을 한편으로 만들 것. (181p)

상상력과 대척점에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효율'입니다. (228p)

지극히 일반적인 의미에서도 '지금 이곳의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바라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 현재진행형의 나 자신은 웬만해서는 파악하기 어려워요.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나는 다양한 사이즈의 내 것이 아닌 구두에 발을 밀어 넣고, 그것으로 지금 이곳에 있는 나 자신을 종합적으로 검증해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마치 삼각법으로 위치를 측정하는 것처럼. (256p)

즐겁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인생이란 아무리 살아봤자 별로 즐겁지 않기 때문입니다. (271p)

하지만, 되풀이하는 것 같지만, 어떤 기치를 목표로 내건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몇 살이 되더라도, 어떤 곳에 있더라도. (3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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