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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의 여행/800 : 문학

모순(양귀자) : 양자택일

by 평범한 과학도 2023. 4. 18.
 
모순
양귀자 소설의 힘을 보여준 베스트셀러 『모순』. 1998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후 132쇄를 찍으며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을, 오래도록 소장할 수 있는 양장본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스물다섯 살 미혼여성 안진진을 통해 모순으로 가득한 우리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장들로 여러 인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장에서 내복을 팔고 있는 억척스런 어머니와 행방불명 상태로 떠돌다 가끔씩 귀가하는 아버지, 조폭의 보스가 인생의 꿈인 남동생을 가족으로 둔 안진진.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이인 이모는 부유하지만 지루한 삶에 지쳐 있고, 가난한 어머니는 처리해야 할 불행들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안진진은 사뭇 다른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바라보며 모순투성이인 삶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저자
양귀자
출판
쓰다
출판일
2013.04.01

 

인생은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

양귀자 소설의 힘을 보여준 베스트셀러 『모순』. 1998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후 132쇄를 찍으며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을, 오래도록 소장할 수 있는 양장본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스물다섯 살 미혼여성 안진진을 통해 모순으로 가득한 우리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장들로 여러 인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장에서 내복을 팔고 있는 억척스런 어머니와 행방불명 상태로 떠돌다 가끔씩 귀가하는 아버지, 조폭의 보스가 인생의 꿈인 남동생을 가족으로 둔 안진진.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이인 이모는 부유하지만 지루한 삶에 지쳐 있고, 가난한 어머니는 처리해야 할 불행들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안진진은 사뭇 다른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바라보며 모순투성이인 삶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kyobo 제공, 모순 책 소개 中-

 

읽은 기간: 2023.4.10 - 2023.4.14
이 글은 양귀자의 모순을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한 수필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점

지금껏 살아온 발자취를 돌이키며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는 시점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이 겹치며 새 삶을 살아보겠노라고 굳게 다짐하는 시점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있다.

그런 때에 직면한 이십 대 청춘 안진진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어느 날 문득 시작된 인생에 대한 탐구. 그녀의 화두는 사랑이었다. 나영규와 김장우, 두 남자 사이에서 자신의 감정을 냉철히 분석하며 무엇이 사랑인지, 내가 진정 사랑하는 이는 누구인지 철저히 고민한다.

 

나영규는 안진진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또한, 평생 그녀를 배불릴 정도의 능력을 갖췄다. 다만 그의 틀은 그녀를 가두기엔 너무나 좁다. 만남마다 시간 단위로 계획을 짜오는 그, 결혼할 나이까지 미리 정해둔 그로부터 안진진은 왠지 모를 폐쇄감을 느낀다.

 

김장우는 언제든 카메라 하나만 챙겨 헌 지프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 꽃 사진을 찍을 정도로 자유로운 사람이다. 물 흐르듯 살아가는 그이다. 안진진에게 집착하지 않지만 동시에 마음을 선명히 드러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하지 않던 그도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마음을 표현하고 안진진도 그에 화답한다.

 

 

나는 다만 이것이 사랑인가, 하고 사랑을 묻다가 이것이 사랑이다, 라고 스스로에게 답했을 뿐이었다.

 

 

도대체 어떤 감정이 들어야 사랑에 확신할 수 있는 것인지. 결혼은 언제 다짐하게 되는 것인지. 사랑에 있어서 언제나 물음표이던 그녀도 김장우와 함께할 때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사랑임을 알았다.

 

나는 그녀의 결말은 당연히도 김장우를 향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길 바랬다. 굳이 사랑의 조건을 나열하지 않아도,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야 사랑이 아닐까. 사랑이란 계산하는 것보다는 느낌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녀가 처음 사랑을 알게 한 김장우와 평생을 기약하는 것이 더 행복할 선택이 아닐지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보였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면,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이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었다.

나는 내게 없었던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전에도 없었고, 김장우와 결혼하면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한 그것, 그것을 나는 나영규에게서 구하기로 결심했다.

 

 

각자는 모두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원한다. 어머니는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안정적인 이모의 삶을 부러워했지만, 이모는 조금 치열하긴 하지만, 현명한 딸과 함께 고군분투하는 어머니의 삶을 부러워했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지 명과 암이 동시에 존재한다. 행복과 불행은 상대적이다. 서로가 갖지 못한 것을 원한다면, 행복과 불행의 문제는 내가 무엇을 가질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평생을 어머니와 치열하게 살아온 안진진은 추억이나 낭만 같은 추상적인 것보다는 현실을 택했다. 안진진은 그렇게 김장우가 아닌, 나영규를 택했다.

 

나는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가.

 

여담)

내겐 안진진만큼이나 매력적인 인물이 안진진의 어머니였다. 불행의 과장법의 전문가이신 어머니. 그런 어머니는 삶의 위기마다 입으로는 이제 죽겠다고, 이제는 힘들어서 못 살겠다고 말씀하면서 손으로는 책장을 펼치신다. 어머니는 그렇게 삶의 지혜와 조언을 책에서 구하신다. 그런 어머니 아래에서 자라서인지 그녀의 단단함도 자연히 물려진 게 아닌가 싶다.

 

더보기
어쨌든, 나는 꽃 피는 3월의 어느 아침 느닷없이 나를 설명해보라는 스스로의 요구에 사로잡혔다. (11p)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15p)

이십대란 나이는 무언가에게 사로잡히기 위해서 존재하는 시간대다. 그것이 사랑이든, 일이든 하나씩은 필히 사로잡힐 수 있어야 인생의 부피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17p)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21p)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22p)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표현으로 길게 하는 사람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말이었다. 그런 말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51p)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75p)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127p)

쓰러지지 못한 대신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었다. 소소한 불행에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 거대한 불행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훨씬 견디기 쉽다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152p)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게에서 솔직함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솔직함은 때로 흉기로 변해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부메랑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157p)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173p)

그건 옳지 못한 거야, 라는 주리의 관용구. 주리는 바로 그 관용구 밑에 숨어서 더 이상은 세상 속으로 나오지 않을 모양이었다. (178p)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188p)

나는 다만 이것이 사랑인가, 하고 사랑을 묻다가 이것이 사랑이다, 라고 스스로에게 답했을 뿐이었다. (195p)

그래도, 사랑의 유지와 아무 상관이 없다 하더라도, 보다 나은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이 욕망을 멈출 수가 없다. (219p)

세상의 숨겨진 진실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그것은 마치 평생 똑같은 식단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식이요법 환자의 불행과 같은 것일 수 있었다. (228p)

이모는 지금 사진만 있고, 추억은 없는 이모부를 말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231p)

이제 겨우 내 인생의 물줄기가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또 미루어지는가...... (263p)

지금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알아도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사랑조차도 넘처버리면 차라리 모자란 것보다 못한 일인 것을. (277p)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296p)

인생을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296p)

세상의 일들이란 모순으로 짜여있으며 그 모순을 이해할 때 조금 더 삶의 본질 가까이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306p)

용기를 잃고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무언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어 소설을 시작했으나, 모순으로 얽힌 이 삶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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