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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의 여행/800 : 문학

가면산장 살인사건(히가시노 게이고)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by 평범한 과학도 2020. 12. 22.

 

 
가면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가면산장 살인사건』. 저자와 독자가 아슬아슬한 두뇌 싸움을 벌이게 되는 이 작품은 외딴 산장에 모인 여덟 명의 남녀와 한밤중에 침입한 은행 강도범의 인질극을 그리고 있다. 잘 짜인 무대에서 벌어지는 연극과도 같은 이 소설은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엄청난 반전을 담고 있다. 초대된 손님과 2인조 은행 강도 사이에 긴장과 서스펜스가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전개되는 대반전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재인
출판일
2014.09.26

 

아버지 소유의 별장 근처 작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게 꿈이었던 도모미는 그 꿈이 이루어질 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식장으로 예정된 교회에 다녀오다가 운전 부주의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한다.
얼마 후, 그녀의 약혼자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아버지로부터 별장에 와서 묵으라는 초대를 받는다. 도모미가 죽은 이후에도 그녀의 가족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던 다카유키는 기꺼이 초대에 응해 도모미의 부모와 오빠를 비롯한 7명의 친인척과 함께 별장에서 며칠을 보내게 된다.

다카유키가 별장에 도착한 날 밤, 경찰에 쫓기던 2인조 은행 강도가 별장에 침입해 그곳에 모여 있던 8명을 감금하고 인질극을 벌인다. 인질들은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인질과 강도 사이에 피 말리는 신경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인질 중 한 사람이 등에 칼이 꽂힌 시체로 발견된다. 정황으로 미루어 범인은 강도가 아닌 인질 중 한 사람. 나머지 7명의 인질은 서로에 대한 의심으로 패닉에 빠지는데……

-가면산장 살인사건 책 소개 中-

 

읽은 기간: 2020.12.19-2020.12.21

이 글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산장 살인사건을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한 수필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한된 상황, 배가되는 재미

 영화 ‘부산행’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좀비 영화이다. 다른 좀비물과는 달리, ‘KTX 기차 안’이라는 제한된 공간은 한층 높은 몰입도를 선사한다. 이처럼 ‘제한된 상황’은 스토리의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가면산장 살인사건’ 또한 그렇다.

 

 

 

별장, 진부한 듯 진부하지 않은 배경

 산장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흔한 설정이다. 하지만 강도들이 별장에 침입하여 인질극을 벌이는 설정으로, 소설의 배경을 이 별장으로 제한시킨다. 오도 가도 못하는 별장에서의 전개는 한층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진부할 수 있었던 배경을 참신하게 전환한 작가의 센스가 인상적이다.

 

 

 

의심은 의심을 낳고

 한적한 별장에 은행 강도 두 명이 침입해 인질극을 벌인다. 별장에 모여있던 8명의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에 공감하면서, 탈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과정에서 혹여나 들키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나는 소설에 몰입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별장 내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8명 중 한 명이기에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분위기는 급격히 차가워진다. 누구도 나갈 수도, 들어갈 수도 없는 별장 안에서 범인을 추리하는 심리전은 손에 땀을 쥔다. 감정적으로 사건을 바라보며 흥분하는 사람, 말을 아끼는 사람, 이성적으로 추리하는 사람 등 우리가 평소 마주하는 갈등과 닮아있기에, 더욱 흥미롭게 지켜보았던 것 같다. 범인이 누구일지 함께 추리하면서 읽는 것 또한 또 다른 재미이다.

 

 

 

고도의 심리전

 급기야 강도들은 이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내지 못하면, 8명 모두 죽이겠다고 말한다. 살기 위해 8명은 눈을 가린 채로 범인을 찾는 추리를 이어간다. 눈을 감고 서로의 대화만으로 범인을 찾는 과정은 절정 그 자체이다. 꼭 직접 읽으며 이 긴장감을 느껴보기를 권한다.

 

 

 

그냥 산장이 아니라 ‘가면산장’

 결말은 많이 당황스러웠다. 약 20페이지 남짓 남았을 무렵, 소설의 전개는 급격하게 변한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억지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곱씹을수록 여운이 남는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결말을 보면, 주인공 다카유키가 도모미의 죽음을 합리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죽음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도모미와의 결혼을 앞두고도 다른 이(유키에)를 향한 감정을 거부하지 않았다. 억지스러운 결말이라기보다는 다카유키의 치부가 잘 드러난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비밀을 들킬 위기에 처하자 돌변하여 노부히코를 죽이려는 다카유키가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다. 소설 내내 이성적이고 침착했던 다카유키의 흥분은 그만큼 다카유키의 마음이 유키에에게 기울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현관 위의 가면을 잊은 채 글을 읽은 독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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