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 출판
- 현대문학
- 출판일
- 2012.12.19
30여 년 동안 비어 있던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삼인조 도둑 쇼타, 고헤이, 아쓰야는 예전 주인 앞으로 도착한 고민 상담 편지를 발견하고 상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점점 빠져든다. 졸지에 뛰어난 예지 능력(?)을 발휘해 답장 편지를 보내는 세 사람, 이들의 솔직하고 엉뚱한 조언은 뜻밖의 결과를 불러오고 상담자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낸 편지는
또 다른 멋진 기적을 일구어낸다.
시간이 멈추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특별한 공간 나미야 잡화점! 인생의 지도에서 길을 잃었다면 꼭 들러야 할 곳.
단 하룻밤의 기적이 선사하는 감동의 판타지!
오늘 밤,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 상담실이 부활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책 소개 中-
읽은 기간: 2020.12.27-2020.12.29
이 글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한 수필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 전체를 구성하는 퍼즐 조각들, 복선
이 소설에는 기막힌 복선들이 곳곳에 아니, 여러 군데 숨어있다. 앞선 에피소드에서의 사소한 물건이나 인물, 사건이 사실은 숨은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뒷 에피소드를 읽으며 느낄 수 있다. “어, 이거 앞에서 나왔는데..?” 라며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다. 흔히 요즘 말로 '떡밥 회수' 라고도 한다.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한 사람들은 되도록이면 꼼꼼히 그리고 앞 내용을 기억해가며 소설을 읽기를 추천한다.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꿈 vs 현실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듯, 편지로 고민을 토로하면 나름의 해답을 잡화점에서 제시해주는 것이 이 소설의 흐름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는 참 많은 사람들의 많은 고민들이 나온다. 그중에서 생선가게 집 아들인 가쓰로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가쓰로는 음악과 취업 사이에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흔한 청년이다. 부모님께 가수가 되겠다고 큰 소리 친지 3년이나 지났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그런 가쓰로에게 가쓰로의 아버지는 죽을 듯이 해서, 너의 흔적을 한번 남겨보라고, 아버지 때문에 너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준다. 가쓰로 또한 마음먹고 다시 한번 음악에 도전한다.
나 또한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기에, 가쓰로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인 것만 같았다. 가쓰로의 고민에 누구보다 공감이 갔다. 그렇기에 가쓰로의 안타까운 죽음은 더욱 긴 여운이 남았다. 나는 가쓰로의 아버지처럼 현실과 맞서서 자식의 꿈을 응원하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또, 나는 가쓰로처럼 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아들이 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다.
놓아줄 줄도 알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누구나 한 번쯤 인간관계로 힘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만큼,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억지로 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 말이다. 마치 내가 손을 놓아버리면, 상대방은 바로 떠나갈 듯한 그런 관계. 나는 그런 관계가 힘들었다. 내가 ‘을’이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이 구절을 소개해주고 싶다. 그런 관계는 진정한 인연이 아니라고. 정말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에서 상대방도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라고. 그러니 그런 관계에 더는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먼저 손을 놓아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항상 옳지는 않다. 그런 관계에서 항상 상대방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을 상대방에게만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혹여나 내가 실수한 것은 없는지 돌아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럴 때는 ‘마음가짐’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이 책은 말한다. 누군가가 싫다면 미운 점만 보일 테니 말이다.
속 시원하게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민에 대한 나름의 답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 고민을 토로하는 이유는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기 때문이다.” 몇 년째 고민상담만 해오신 나미야 할아버지께서 느낀 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명하게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 생각에 확신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지만, 고민되는 상황에서 나는 종종 글로 써보곤 한다. 보통은 고민을 생각으로만 한다. 생각은 눈에 보이지 않고 복잡하기에, 글로 써보면 그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글로 써서, 그러한 선택을 하려는 이유와 그 선택을 방해하는 요인을 비교해보면 내 생각이 명확해지곤 했다. 어떻게 하면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각자만의 답을 찾으며 소설을 읽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공감, 세상을 이루는 힘
삼인조 도둑, 그들이 처음 잡화점이 숨어든 이유는 경찰에 들키지 않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잡화점에서 사람들의 고민에 공감하고 사람들을 이해하며 그들은 그들도 모르는 사이 점점 변하고 있었다. 결국에는 상담자를 믿고, 범행을 자백하려 할 정도로 그들은 변했다. 또 나미야 씨는 미래에 잡화점을 부활시켜준 도둑 3인 방에게 감사인사라도 하듯,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공감은 그들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독자인 우리들도 마찬가지이다. 이 소설은 왜 재미있을까? 물론 흥미로운 스토리와 작가의 센스 있는 문장력 덕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남'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고민거리를 듣고 내 일인 듯 공감하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에서 나는 저절로 흐뭇해졌다.
이는 소설 속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공감해주고, 정말 그들의 입장에서 마치 내 일인 듯이 생각하다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따뜻한 세상이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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