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 출판
- 재인
- 출판일
- 2023.03.02
자타가 공인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의 최고봉!
섬세한 뉘앙스와 은밀한 복선, 시적인 암시 등 원작의 문학적 특징을 고스란히 살린 김난주의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백야행. 일본에서 1999년에 처음 출판돼 이듬해 나오키상 후보에 오른 미스터리 장편 소설로, 2006년 1월 100만부 돌파, 2016년 4월 현재 일본 누적 발행 부수 230만 부를 자랑하는 밀리언셀러다. 2005년에는 일본에서 연극 무대에 올랐으며, 2006년에는 일본 TBS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져 방영됐다. 2009년에는 이례적으로 일본보다 먼저 한국에서 영화화됐다.
1973년, 오사카 외곽에 있는 버려진 건물에서 인근 전당포 주인 기리하라 요스케가 피살된 사체로 발견된다. 그가 살해되기 직전에 만났던 한 여인이 용의선상에 떠오르지만, 얼마 후 그녀 또한 자살로 추정되는 가스 중독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후 결정적 증거 없이 사건은 미궁에 빠진 채 점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가고, 피해자의 아들 기리하라 료지와 용의자의 딸 니시모토 유키호도 각자의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료지와 유키호의 주변에서는 살인, 강간 등과 같은 끔찍한 범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이 두 사람이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끈으로 함께 묶여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가 하나둘씩 드러난다. 한편, 과거 전당포 주인 살해 사건의 초동수사를 맡았던 형사 사사가키가 베일에 싸인 두 사람의 행적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kyobo 제공, 백야행 책 소개 中-
읽은 기간: 2021.7.16-2021.7.24
이 글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백야행을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한 수필입니다.
전지적: 모든 것을 모두 아는 것 같은, 또는 그런 것.
말과 행동만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읽기는 어렵다. 추측할 순 있겠지만, 그 추측이 항상 들어맞지는 않기에 인간관계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은 한 편으로 통쾌하다. 작가가 모든 것을 아는듯한 전지전능한 관점에서,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서술해주니 말이다. 굳이 힘들게 추측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무리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 하더라도 독자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당연하게도, ‘작가가 알려주는 것’만 알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작가가 숨기고 싶은 정보는 얼마든지 숨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히가시노의 선택은 ‘기리하라 료지’와 ‘가라사와 유키호’였다.
이 소설의 모든 등장인물은 어떤 기분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모두 글로 설명되어 있다. 단 두 명 기리하라 료지와 가라사와 유키호를 빼고. 작가는 료지와 유키호의 심리에 관한 서술은 전적으로 배제했다. 료지와 유키호는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독자가 짐작하는 수밖엔 없다.
료지와 유키호는 백야행의 두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살해당했고, 이후 자라면서도 이상하리만치 그들 주변에서 각종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심지어 몇몇 범죄와 연루된 듯한 의심의 향기도 풍기는 불가사의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
범죄 사건이 거듭될 때마다, 배후에 그들이 있을지 없을지는 독자의 의심으로 남는다. 료지와 유키호에 대한 추측은 완전히 독자들의 몫으로 돌리면서 독자들은 점점 소설에 몰입한다. 전지적이지만은 않은 전지적 작가 시점. 그것이 백야행의 매력을 배로 만든다.
긴 호흡을 견뎌내기 위한 히가시노의 지혜, 매력적인 인물의 등장.
백야행은 각각 500 페이지 이상의 두 권으로 이루어진 단행본이다. 천 페이지가 넘는다는 의미는 그만큼 많은 내용을 책에서 다룬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어릴 적 부모님의 살인사건을 경험한 료지와 유키호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어엿한 성인이 되고, 운명의 상대와 결혼을 준비하기까지의 긴 시간을 다룬다. 추리소설인 동시에 성장소설이기도 한 것이다.
중학교 때의 사건, 고등학교 때의 사건, 대학교에서의 사건, 직장에서의 사건 등등 료지와 유키호의 주변에서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우연인듯했지만, 사건이 거듭될수록 자연스레 그들을 의심하게 되고, 그 의심은 확신으로 변한다. 이 소설은 료지와 유키호의 정체를 밝히는 긴 여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다. 유력한 용의자의 신원을 밝히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개요. 안 그래도 천 페이지의 긴 분량인데, 그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백야행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고의 수작으로 평가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예상을 깨는 인물이 바로 사립 탐정 ‘이마에다 나오미’이다. 유키호의 정체를 의심한 시노즈카 가즈나리는 이마에다 나오미에게 그녀를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맡긴다. 이마에다는 유키호와 료지의 정체를 턱밑까지 추격해온다. 이마에다 나오미의 등장은 지금껏 정체를 숨기고 살아왔던 료지와 유키호에게 가장 큰 위기였다. 이마에다는 방심하고 있던 독자들에게 소설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이마에다의 죽음이 아쉬울 만큼 그는 매력적인 등장인물이었고, 사사가키 형사와 함께 머리를 맞댔다면 어땠을까 하는 여운이 남는다.
Into The White Night
왜 제목이 백야행일까. 이 책을 다 읽고 한 달 정도 후에 문득 든 생각이다. 한자로는 白夜行, 영어로는 into the white night. ‘흰 밤을 향해’ 혹은 ‘흰 밤으로 간다’라는 의미인 것 같다. 기리하라 료지와 가라사와 유키호는 누구보다 음침하고, 베일에 싸인 존재들이다. 또한, 그들은 누구보다 참혹하고 차가운 범죄자들이다. 이러한 그들의 어두운 이면을 ‘흰색’과 ‘밤’으로 묘사한 듯하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지의 범죄를 경험하고 목격한 충격이 그들을 ‘백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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