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가즈오 이시구로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21.03.29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거장 가즈오 이시구로의 장편소설
전 세계가 손꼽아 기다려 온 기적처럼 놀랍고 아름다운 신작!
20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로 꼽힌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상 수상 이후 최초로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2021년 3월 3일 영국에서 가장 먼저 출간된 이 책은 현재 30개국에 판권이 팔려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에서 연달아 출간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민음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전 세계 독자가 손꼽아 기다려 온 이번 작품 『클라라와 태양』은 인공지능 로봇과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출간 즉시 언론의 격찬과 독자들의 열광 속에 영국 베스트셀러 1위, 미국 《뉴욕 타임스》베스트셀러 3위, 호주 1위, 캐나다 2위에 올랐다. 또한 소니 픽처스가 영화화 판권을 획득하여 곧 영화화될 예정이다.
-kyobo 제공, 클라라와 태양 책 소개 中-
읽은 기간: 2023.1.9-2023.1.12
이 글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을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한 수필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태어난 모든 존재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니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고, 영원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거라고. 우리는 그렇게 믿어왔다. 이런 고착화된 믿음에, 이 책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영원하다면 어찌할 것인가?
주인공 클라라는 관찰력이 좋고 똑똑한 인공지능 로봇(에이에프)이다. 클라라는 몸이 아픈 조시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크리시와 한집에서 살며 조시의 친구로 지내게 된다. 크리시는 그런 클라라에게 최대한 조시를 관찰해서 조시가 죽으면 조시의 성격, 말투, 행동을 그대로 흉내 내길, 즉 자기만의 조시가 되어주길 부탁한다. 처음엔 클라라도 조시가 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거듭된 고민 끝에, 조시는 흉내 낸다고 하더라도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는 어찌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 지점에서 독자들은 두 가지 흥미로운 질문들과 마주한다. 첫째는 클라라가 조시를 그대로 흉내 낼 수 있을지, 둘째는 흉내 낼 수 있다면, 딸 조시를 로봇 클라라로 대체하려는 어머니 크리시의 판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작가의 서술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조시의 아버지이자 유능한 공학자인 폴과 클라라의 대화를 통해 나와있다.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인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하지 않아?" (320p)
"아무리 오래 돌아다녀도 아직 들어가 보지 않은 방이 또 있지 않겠어?" (321p)
"물론 인간의 마음은 복잡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딘가에 한계는 있을 거예요. 폴 씨가 시적인 의미로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배워야 할 것에는 끝이 있을 겁니다." (322p)
폴의 감성적인 표현을 클라라가 이성적으로 지적한다. 인공지능의 빠른 속도로 정말 우리의 모든 마음의 문을 열어볼 수 있을까? 인간은 인공지능에 대체될 운명일까? 시간이 해결해 줄 질문이지만, 한 번쯤 먼저 고민해 보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어 보인다.
만약 인공지능이 인간을 완벽히 흉내 낸다면, 인간을 향한 사랑과 인공지능을 향한 사랑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아픈 딸을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어머니의 마음도 모성애의 일종으로 보아야 할까.
"하지만 커피잔 아주머니와 레인코트 아저씨가 만난 날 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기억해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죠. 그래서 저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라도 다시 만나는 걸 해가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아요. 그들이 잘 되길 바라고 어쩌면 서로 만날 수 있게 돕기도 한다는 걸요. 그러니까 제발 조시와 릭을 생각해주세요." (398p)
다행인지 불행인지 태양을 향한 클라라의 노력 끝에 조시는 건강을 회복하며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흉내낼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지만, 인공지능을 향한 사랑과 인간을 향한 사랑 간의 구분에 대한 고민을 미루었다는 점에서는 불행일 지도 모른다. 그 고민은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몫일 것이다.
※ 글 또한 지식재산권을 가지는 지적 창작물입니다. 배포, 전송 시에는 댓글로 알려주세요.
'책으로의 여행 > 800 :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인자의 기억법(김영하) : 거리의 파토스 (1) | 2023.03.26 |
---|---|
백조와 박쥐(히가시노 게이고) : 반성의 정도 (1) | 2023.03.19 |
동물농장(조지 오웰) : 성공한 혁명이 되려면 (0) | 2022.07.20 |
백야행(히가시노 게이고) : 흩어진 조각들이 맞춰지는 순간 (0) | 2021.08.30 |
용의자 x의 헌신(히가시노 게이고) : 무조건적인 사랑, 그릇된 결과 (0) | 2021.07.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