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 출판
- 현대문학
- 출판일
- 2021.08.16
‘죄와 벌의 문제는 누가 재단할 수 있는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데뷔 35주년 기념작품
“앞으로의 목표는 이 작품을 뛰어넘는 것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다른 어떤 작품보다 번역의 보람을 진하게 느꼈다.
의미 있는 독서를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자 한다.”
옮긴이 양윤옥
도쿄 해안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차 안에서 흉기에 찔린 사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정의로운 국선 변호인으로 명망이 높던 변호사 시라이시 겐스케. 주위 인물 모두가 그 변호사에게 원한을 품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고 증언하면서 수사는 난항이 예상되지만, 갑작스럽게 한 남자가 자백하며 사건은 해결된다. 남자는 이어 33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금융업자 살해 사건’의 진범이 바로 자신이라고 밝히며 경찰을 충격에 빠뜨린다.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그 사건 당시 체포되었던 용의자는 결백을 증명하고자 오래전 유치장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였다. 1984년, 용의자의 죽음으로 종결됐던 살인 사건이
2017년, 한 남자의 자백으로 뿌리부터 뒤흔들린다
30여 년에 걸친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히가시노 게이고판 『죄와 벌』!
-kyobo 제공, 백조와 박쥐 책 소개 中-
"하지만 그래서는 제가 너무 마음이 무거워서요."
"그건, 가즈마씨 사정이지요."
"변호인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지금은 그저 오로지 견디는 것뿐입니다." (237p)
읽은 기간: 2023.3.8-2023.3.14
이 글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조와 박쥐를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한 수필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술술 읽히는 추리 소설이었다.
베일에 싸인 듯한 사건을 육감적으로 풀어가는 형사 고다이와 나카마치.
순순히 자백하여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는 구라키 다쓰로.
진술을 믿지 못하고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려는 피해자 시라이시의 딸 미레이와 피의자의 아들 구라키 가즈마.
이들의 긴 호흡에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소설은 끝이 나있다.
흥미로운 전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긴 건 사실이지만,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왜인지 모를 허무함도 공존했다. 내가 느낀 시라이시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피고인이 스스로 죄를 뉘우칠 수 있도록 돕는 변호사.
재판 후에도 피고인이 사회에 잘 적응했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변호사.
주변인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변호사님을 죽인 범인은 큰 실수를 한 것이라 말하는 변호사.
시라이시의 두터운 신망과 인품이 절로 느껴진다. 그런 인물이 수년에 걸친 미제 살인 사건의 범인이었다니. 심지어 그때의 살인을 여전히 기억하고, 반성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니.
글을 읽는 내내 범인이 누군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의 죄를 판단하고 벌하고 때론 그 처지에 공감하는 변호사가 어떻게 자신의 죄 앞에서는 당당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무의식 중에 깔려 있었나 보다.
공소시효가 지날 때까지 잠자코 있던 살인범이 누군가의 죄를 판단할 수 있을까.
당당하게 법정에 서서 정의를 외칠 수 있을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지 않으려면, 누군가의 죄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으려면, 본인의 죄에 대한 판단은 스스로 이미 끝마쳤어야 할 것이다. 시라이시는 과거의 죄에 대한 가치판단을 모두 마친 것일까? 충분히 반성했으니 괜찮다고 결론지었다면, 죽음 직전 자동차를 운전한 것은 무의식 속의 희미한 양심일까. 여전히 죄의식이 남아있었다면, 당당하게 변호사로 이름을 떨친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시라이시라는 인물에 큰 공감이 가지 않는 이유이다.
충분한 반성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얼마나 반성해야 다른 이의 죄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 충분한 반성의 정도를 이 책은 내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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